이야기하는 풍경

인간은 공간(空間,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채워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이다. 세계를개척하고 지도를 그리고 지명을 붙이는 장소 지정 활동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환경 파괴의 역사와 다름없었다. 더 이상 야생, 즉 인간 중심 관점으로 본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 남지 않은 지구에서, 이제 우리는 이미 생성된 장소를 부수고 해체하여 더욱 자본 집중적인 곳으로 바꾸는 데 몰두한다. 올해 한국환경영화부문의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는 재건축, 도시 재개발, 구도심 재생에 관한 영화들은 한국에서 이 같은 장소의 가치 변형이 얼마나 비인간화, 반환경화되어 있는지를 조명한다. 거주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개인의 이야기가 장소의 역사가 된 동네, 도시 한복판에 기적적으로 형성된 생태 공원, 추억이 서린 신공항 건설 예정지는 모두 한순간에 불도저에 밀리고 말 것이다(<군산전기>, <봉명주공>, <사상>, <작년에 봤던 새>).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공간의 시학을 보여주는 작품을 묶었다. <네메시스>는 기차역이 교도소로 탈바꿈하는 시간을 압축해 보여주면서 이 변화에 인류학적 가치를 부여한다. ()과 속()의 싸움에서 환경적 중요성을 주목하는 <성스러운 공원>, 사람이 떠난유령 마을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저무는 마을>, 과거의 영광만이 남은 폐허에서 사랑의 찬가를 들려주는 <셰익스피어 인 아시엔다>는 모두 다양한 관점으로 공간을 분석하고 장소의 의미를 찾는다. 건축과 문화를 모방하는 것이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는가 질문하는 <아메리카빌>과 바다를 건너는 오래된 나무의 여행을 따라가 보는 <뿌리 없는 정원>을 통해 공간을 채우기, 장소에 뿌리내리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애덤 제임스 스미스
China, USA, 2020, 79min
이다영
Korea, 2020, 32min
문승욱, 유예진
Korea, 2020, 62min
타마라 드라쿨리치
Serbia, 2020, 79min
김기성
Korea, 2020, 84min
토마스 임바흐
Switzerland, 2020, 132min
스리쉬티 라케라
India, 2021, 61min
세르게이 코즈민
Russia, 2019, 64min
박배일
Korea, 2020, 132min
살로메 자시
Switzerland, Germany, Georgia, 2021, 92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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