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만든 집

어느 순간, 쓰레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바다거북과 물개를 죽음으로 내모는 올무의 형태로, 집 뒤에 느닷없이 솟아난 산의 위용으로, 우리는 갑자기 쓰레기를 마주한다. 버린 후에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누군가가 말끔히 사라지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폐기되고 쓰레기는 순식간에 실체를 가진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을 뿐,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었다. 산업 문명은 사실 끊임없이 쓰레기를 생산하는 기계장치에 지나지 않고, 비가시적이고 편재하는 쓰레기는 이를테면 현대 사회의 신이다. 쓰레기 신이 노하지 않도록 우리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던 지구의 정화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르고, 마음껏 만들고 과도하게 사용하다 손쉽게 버리는 생활을 영위해온 인간 문명은 이제 스스로가 쌓은 오물에 먹혀버릴지 모를 지점에 도달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변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분해되지도 썩지도 않고 고이 보존된 최후의 플라스틱 한 조각까지 토해내 우리의 문 앞으로, 식탁 위로 돌려보낼 것이다.

남태제, 김성환
Korea, 2019, 84min
데이아 슐로스버그
USA, 2019, 96min
마누엘 카미아
Italy, 2019, 15min
샤이탄 콩베르사
France, Switzerland, 2018, 13min
후안 솔레라, 알베르트 훌리아
Spain, UK, 2018, 49min
기옘 미로
Spain, 2019, 5min

2020.7.2 —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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